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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남아시아/스리랑카

플론나루와..갈 비하라.

 

쿼드 랭글에서 북쪽으로 4Km 정도 되는 곳에 있는 불교사원 유적이다.

폴론나루와 관광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으며,하나로 된 통 자연석에서 파낸 3구의 대불상이 있다.

바로 앞의 좌불상은 높이가 4.6m나 되며, 그 옆 석굴사원에는 작은 불상들이 있는데,

오른쪽에서 두번째에 있는 높이 6.7m의 입상이 성도 2주일째 되는 불타상이라고 한다.

맨 오른쪽의 열반불상은 누워 있는 상의 길이가 13.4m나 된다

 

 

 

결가부좌를 하고 왼쪽 손바닥 위에 오른쪽 손바닥을 위로하여 포개 얹은 붓다의 모습은 당당하면서도 편안해 보인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좌상의 복부에는 사각형의 상처가 남아있다.

누군가가 붓다의 배를 파내려 한 흔적이 있다..

"약 20여 년 전에 어떤 유럽인이 이 붓다를 파괴하려고 했고,

그는 기독교 신자였는데 새벽에 이곳에 와서는 저 좌상의 배를 부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어디선가 갑자기 코끼리가 나타나 그 남자를 죽였다는 설이 있다...”

 

 

 

 

 

슬픔에 잠김 아난다...

붓다의 사촌인 동시에 20년간 붓다를 곁에서 시봉하였고

피를 토하는 고통 속에서도

 최후까지 진리의 말씀을 전하신 붓다의 모습을 고스란히 지켜본 증인이기도 했다.

그런 아난다이기에...

때론 땅을 치는 통곡보다 눈을 질끈 감고 참아내는 속울음이 더욱 가슴 저린 슬픔을 빚어내기도 한다.

 

폴론나루와에서 만난 아난다,

열반에 든 붓다 곁에서 가슴을 끌어안고

슬픔에 잠긴 아난다의 석상은 바로 그런 속울음에 떨고 있는 듯 했다.

 

열반에 든 붓다의 머리맡에 서 있는 아난다는

북받쳐 오르는 울음을

 애써 참으려 두 팔을 끌어 모아 떨리는 어깨를 감싸 안았다.

하지만

 아난다는 열반에 든 스승의 모습만은 차마 볼 수 없는 듯

질끈

눈을 감은 채 살짝 고개를 돌려 바위에 몸을 기대었다.

슬픔이 가득한 그의 모습은

 다음 순간 돌아서서 바위에 머리를 묻고 소리 없는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이 보였다.


하지만 장인의 예술은

열반에 든 붓다의 법체가 빚어내는 우아한 곡선이나 슬픔을

가득 담은 아난다의 자태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위대한 장인은

갈 비하라가 조성돼 있는 바위 속 깊숙한 곳에

세월이 새겨 넣은 회색의 선까지도 꿰뚫어 보는 심안을 갖고 있었나 보다.

그 심안은

한낮 잡티에 불과했을

바위의 회색 줄무늬들을 또 다른 예술의 도구로 아낌없이 활용하고 있었다.

어쩌면 장인은

처음부터 이 바위가 품고 있는 회색의 줄무늬까지도 염두에 둔 채

이 거대한 석상을 조성하기 시작했는지도 모르겠다.

아난다의 얼굴을 바라보는 순간 그런 생각은 추측을 넘어 확신이 되어 버렸다.


아난다의 눈썹을 지나 미간으로 이어지는 회색 선은

슬픔으로 일그러진 그의 미간을 더욱 뚜렷이 보여주었다.

특히

높이 4.6m의 이 아난다를 올려다보아야 하는 순례자에게

이 회색 선은

슬픔에 그늘진 아난다의 얼굴을 더욱 강렬하게 각인시키며

그의 슬픔을 보는 이들의 마음 속 깊이까지 전달해주고 있었다...

 

혹자는 이 입상이 연꽃 좌대 위에 서 있다는 점에 주목하며

아난다가 아니라 깨달음을 얻은 붓다의 모습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어깨에 닿을 듯 늘어진 귀와 머리의 나발 등을 살펴보면

그런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일개 순례자의 눈에

갈 비하라의 석상은

분명 열반에든 붓다와 슬픔에 젖은 아난다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진리를 깨달은 붓다께서 ‘모든 것은 소멸한다’는

진리 그대로 스스로의 육신 역시 소멸함을 보이셨다면

아난다는 위대한 스승과의 이별 앞에서

슬픔에 몸을 떨며 애통해하는 제자의 모습을 고스란히 보이고 있는 것이다.

 

12세기 이곳에 갈 비하라를 조성한 싱할라 사람들은

붓다의 열반과

아난다의 슬픔을 미화하거나 과장할 생각 따윈 전혀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죽음 혹은 슬픔 역시

삶의 한 축이라면 그것을 애써 외면할 필요가 어디에 있을까.

스리랑카 예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갈 비하라는

그렇게 오래도록 순례객의 발길을 잡아 두고 있었다...법보신문에서 .

 

아난다의 스승 붓다의 열반 모습...

 

갈비하라에 조각된 붓다와 아난다.

 

태양을 상징하는 무늬가 둥근 베개 위로 붓다는

오른팔을 올려 머리를 받치고 오른쪽으로 누워 열반에 들었다.

북받쳐 오르는 울름을 애써 참으려는 듯 아난다는 두 팔을 끌어모아 어깨를 감싸 안고 있다..